회고

2024 당근마켓 썸머테크 회고

김 기승 2024. 12. 26. 19:11

갑분당(갑자기 분위기 당근)

2024년 1학기를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로 보내게 되었던 저는 이대로 재미없게 졸업하기엔 학비가 너무 아까웠기에 마지막 학기를 교환 학생을 갔었어요. 교환학생 도중 우연히 2024 당근마켓 썸머테크 공고를 보게 되었어요.

항상 동경하던 당근이었지만 너무 준비가 안 되었기에 큰 기대 없이 지원해 봤어요. 제 포트폴리오가 서류 전형을 통과하기에 충분한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큰 기대가 없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서류 전형에 합격했고 부랴부랴 인터뷰 전형을 준비했어요. 이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3일이었죠. 하루는 제 포트폴리오와 관련하여 정리를 하고, 또 하루는 4년간 배운 전체 CS 복습, 마지막 하루는 다 죽어가던 코딩 테스트 실력 끌어올리기(?)로 3일을 정신없이 보냈어요.

 

인터뷰 당일, 시차로 인해서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면접을 보게 되었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너무 합격하고 싶었답니다.

인터뷰 전형은 크게 3개로 진행되었어요. 라이브 코딩 테스트, 기술 면접, 컬쳐핏 이 순으로 진행되었어요. 그렇게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며칠이 지나 합격 메일을 받았죠 👏👏

 

첫 걸음

8월 10일에 귀국하여 8월 12일 첫 출근을 했어요. 팀원들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온보딩을 열심히 했답니다. 나름 세 번째 인턴십임에도 불구하고 일해보고 싶었던 직장이어서 그랬는지 긴장이 되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온보딩 과제들은 작은 태스크 단위의 일들이었어요. 뭔가 게임에서 퀘스트를 받은 듯한 설렘도 들었고, 최대한 빠르게 첫 태스크를 해내고 싶었어요.

 

첫 태스크는 생각보다 빨리해 냈지만, 회사의 규모도 있고 컨텍스트적인 것도 많아 생각보다 여러 컨텍스트를 팔로잉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이제는 뭔가 파악이 되어가는데 할 때쯤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고의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급해졌고, 깊은 고민과 신중함보다는 속도에 함몰되어 실수가 잦았던 것 같아요.

 

첫 회고

그렇게 한 달 하고 절반 정도가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분기 OKR 회고를 하게 되었어요. 팀원 모두가 그동안의 OKR에 대해 회고하며 좋았던 점(Keep), 아쉬웠던 점(Problem), 이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해야 할 것들(Try)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죠.

저의 Keep, Problem, Try는 다음과 같았어요.

Keep
- 나름 주변부로부터 주요 프로덕트로의 업무를 맡아가며 서서히 컨텍스트를 잘 이해해 가고 있음.
- (넉넉하게 잡은 것 같긴 하지만..) 업무에서의 deadline을 잘 지킴.
- 쿼리 비용에 대한 이해도가 생김.

Problem
- 기존 작업 중에 있어서, 문제를 맞닥뜨린 후에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습관으로 인해 불필요한 리소스가 발생함.
  e.g. 작게는 에러 확인 후 코드 수정, 크게는 문제 해결의 로직적인 부분
- 업무 마무리에 포커싱이 되어 디테일, 정확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발생함. → 잔업이 발생하게 됨.
- 컨텍스트에 대한 충분한 숙지 없이 업무에 들어가다 보니 브레이크 지점이 종종 발생함.

Try
- 업무에 있어서 다급함이 아니라 신중함으로 접근함으로써 정확성과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 필요함 but 속도도 어느 정도는 나야
- 팀의 프로덕트에 대한 컨텍스트에 대한 숙지가 더욱 필요함.
- 프로덕트를 한 번 사용해보는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파이프라인 에러 로그 해결해보기

 

첫 회고를 하고 보니 저는 조급한 경주마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당장의 내 앞의 과제를 빨리 해결한다'라는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렸던 거죠. 그랬기에 잦은 실수가 반복되어 한 번 집중해서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들에 완벽히 끝내지 못하고 계속 끌려다닌 것 같아요. 또한 팀에 들어오는 요청이라든지, 장애 대응이라든지에 관심을 갖지 못했었죠. 회고에는 쓰지 않았지만 태스크의 우선 순위를 매겨 일하기보다는 디테일에 너무 집착하는 버릇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다음 분기에는 조급함보다는 신중함을, 시선을 내 앞이 아닌 팀에 두고 팀 내에서 필요한 작업에도 집중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죠.

 

첫 OKR

그렇게 4분기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저도 더 이상 작은 태스크 단위가 아닌 OKR 단위의 프로젝트를 맞게 되었어요. 제가 맡은 업무는 사내 데이터 디스커버리 플랫폼인 '데이터 허브' 관리였죠. 정확히는 최신성이 보장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데이터 허브를 최신성, 데이터 신선도, 실제 데이터와의 싱크율이 보장되게끔 어떻게 보면 리뉴얼(?)하는 업무였답니다. 뭔가 거미줄 쳐진 집을 사서 새롭게 인테리어를 시작해야 하는 기분이였죠.

 

거미줄 쳐진 집의 인테리어를 위해선 거미줄을 먼저 제거해야 했어요. 과거에 머물러 있던 버전을 버전업을 해야 했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들도 삭제해야 했죠. 그러던 도중 breaking change를 만나 전체를 갈아엎기도 했답니다..하하..

 

데이터 허브에 대해 아는 것도 없었고 아키텍처도 생각보다 복잡했기에 너무 막막했었지만 처음 맡게 된 OKR이였고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산을 걸어서 넘지 못한다면 기어서라도 넘어야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동시에 회고 때 다짐했던 내용들도 있기에 최선을 다했어요.

 

결과적으로, 사내 데이터 허브를 성공적으로 최신화하였고 사내 구성원분들도 신뢰성이 생겼다고 생각하시는지 WAU 수도 많이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데이터 허브의 아버지라는 별명도 생겼답니다🤣 그리고 팀 내의 요청 및 장애 대응도 다른 엔지니어분들께 컨텍스트를 물어가며 하나둘씩 대응해 보았어요. 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저 자신에게 동기를 더 부여해 주었어요.

 

첫 수료

그렇게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에 너무너무 감사하게도 컬쳐핏 전환 면접의 기회를 얻게 되어 면접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전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무한한 감사를 드려요🥹🥹

 

 

수료증과 함께 제 깃허브 잔디를 담은 오브제(?)를 받았답니다. 라인 하나가 비어 있길래 내가 일을 안 했나..하고 순간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추석 연휴였다는 사실^^ 휴

 

썸머테크를 돌아보며

눈 깜짝할 새, 석 달이 지나갔어요. 짧은 시간이었기에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웠고, 그런데도 확실히 성장한 부분이 느껴지고 앞으로 어느 방향을 바라보며 성장해야 할지 알게 되었어요. 제 직군에 국한하여 생각해 보았을 때는 확실히 당근 정도의 트래픽은 다른 곳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에 규모의 아키텍처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너무 값졌었어요. 작업을 할 때 고민의 수준도, 고민하는 자세도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적으로도 훌륭한 팀원들과 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았어요. 덕분에 편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었고, 저의 작업에 대해서도 엔지니어링 적 및 협업적 측면에서 디테일을 챙길 수 있는 리뷰를 받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과물들을 만들어 갈 수 있었어요. 뛰어난 팀원과 같이 일하는 것 자체가 도전도 많이 돼서 성장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었어요.

 

무엇보다도 당근에서 일하면서 자율과 책임 사이의 밸런스도 배울 수 있었어요. 당근에서 구성원에게 제공되는 자율은 흔히 복지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수준이에요. 다만, 책임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이러한 자율이 동작할 때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 모든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입사 후 초반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율과 책임 사이의 밸런스를 잡아가며 재밌게 일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건강한 책임감을 가지면서 건강한 동기로 제가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어요.

 

썸머테크의 경험은 저의 개발 여정에 있어서 좋은 기반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어떠한 개발자가 되야 할지를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 노력과 열정을 가지고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주니어, 시니어 개발자가 되고자 해요.

 

2025년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모두 모두 화이팅!